치과계 구인난 “어디까지 경험해봤니?”
치과계 구인난 “어디까지 경험해봤니?”
  • 덴탈iN 기자
  • 승인 2019.06.30 09:53
  • 호수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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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 사용하는 치과위생사 27% 불과 … 병·의원 연봉차 심해 쏠림현상 커

#1 서울 성북구에서 15년간 개원 중인 ㄱ원장은 이달 초 취업포털에 치과위생사 채용공고를 냈지만 구하지 못해 당장 평일 야간진료와 토요일 진료에 비상이 걸렸다.
현재 일하고 있는 치과위생사들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2 경기도 고양시에서 12년간 개원 중인 ㅂ원장은 다음부터 근무를 시작하는 치위생사 2명이 지낼 집을 알아보기 위해 틈만 나면 치과 근처 원룸과 오피스텔을 돌아다니고 있다. 면접 당시 숙소 제공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3 대전시 동구에서 개원 중인 ㅇ원장은 얼마 전 급하게 5년차 치과위생사를 채용했다. 근무 중이던 치과위생사 2명이 그만두는 바람에 진료에 차질을 빚게된 게 그 이유다. ㅇ원장은 5년차 치과위생사에게 매달 별도수당 40만원을 챙겨주기로 약속했다.


치과의원 ‘증가’만큼 인력난도 ‘증가’
우리나라 치과 원장들이 치과위생사 구인난에 허덕이는 모습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인력난은 치과의사 단독, 혹은 2인이 개원하는 치과가 늘어나기 시작한 2000년대 중후반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2010년 1만 4,478개였던 치과의원은 2017년 1만 7,376개로 20%나 증가했다.

이에 대해 일부 치과의사들은 “치과는 늘어나는데 치과위생사 공급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반대로 일부 치과위생사들은 “국시를 통해 매년 4~5,000명 사이의 신규 치과위생사들이 배출되고 있다. 현재 치과위생사 면허증이 있는 인원은 80,000명에 달한다”면서 “공급부족이 인력난의 원인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병원 Vs. 의원 연봉차 최대 1,200만원
근무 여건이 비교적 괜찮은 치과대학병원과 병원급 대형치과의 숫자는 적은 반면, 의원급 치과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 한 몫을 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모 치과대학병원에서 근무 중인 치과위생사는 “치과대학병원은 연차에 따라 급여가 인상올라가고, 연차와 월차는 물론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등이 보장되기 때문에 채용공고를 내면 전국에서 지원자가 몰린다. 반대로 치과의원은 그렇지 않아 원장 마음에 드는 치과위생사를 구하기 힘든 것”이라고 말했다.

모 치과의원에 근무 중인 1년차 치과위생사는 “치위생학과에서 4년간 공부하고, 치과에 취직했다. 하지만 일반회사에 다니는 친구들에 비해 급여가 낮다”면서 “신입의 경우 많이 받아야 연봉 2,500~2,700만원 수준이다. 치과가 아닌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아예 다른 직업을 찾는 동기들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 주요일간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서울의 치과대학병원 신입 치과위생사의 연봉 수준은 3,500~3,700만원 정도다. 여기에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호봉이 반영돼 연봉이 매년 인상된다.

그렇다면 치과의원 치과위생사들과 적게는 800만원에서 많게는 1,200만원까지 연봉 차이가 나는 셈이다. 거기에 복리후생까지 감안하면 체감하는 격차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연차 사용 치과위생사 27% 불과
타 직종과 비교해 경력이 쌓여도 연봉 등 처우가 나아지지 속도가 느리다는 점이 치과위생사들이 이직과 전직을 반복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한 치과위생사는 “짧게는 3년차, 길게는 5년차까지 거의 매년 연봉이 오른다. 하지만 그 이상이 되면 원장이 매년 연봉을 올리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며 “일부 원장은 연봉 최대선을 제시하는데, 연차가 어느 정도된 치과위생사들은 이를 거절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결혼과 육아 문제로 자발적 사직을 하고 치과위생사가 적지 않다는 점도 인력난의 한 원인이다.

우리나라 치과위생사 90% 이상이 여성이다.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등이 보장되는 치과대학병원이나 병원급 치과와 치과의원에서는 인력 부족 등의 문제로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이 쉽지 않다.

대한치과위생사협회가 지난해 실시한 ‘임상치과위생사 근무환경 실태조사’에서도 알 수 있다. 연월차 제도를 사용하고 있는 치과위생사는 27%였으며, 육아휴직은 46.8%, 출산휴가는 60% 수준이었다.

뿐만 아니라 ‘임상치과위생사의 근무환경실태조사’ 연구결과 임상치과위생사의 65.7%가 ‘자신이 적절한 급여를 받지 못한다’고 답했다.

한 주요일간지 보도에 따르면 주무부처인 복지부도 치과위생사 인력난 문제를 알고 있다. 하지만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 간 견해차가 심해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치과의사들은 인력난 해소를 위해 구강진료조무사제도를 도입해 치과위생사들만 담당하고 있는 진료보조 업무를 간호조무사들에게까지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치과위생사들은 근무환경 개선 없이는 인력난이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개원가 인력난을 해결하지 못하면 치과계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더욱 커지면서 결국 그 피해는 환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그에 앞서 정부가 나서 치과위생사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대책 마련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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