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카페 치과 후기 알고보니 “가짜”
맘카페 치과 후기 알고보니 “가짜”
  • 덴탈iN 기자
  • 승인 2019.02.28 09:29
  • 호수 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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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의뢰한 병원 13곳 영업정지 … ‘양심치과’ 누군가 의해 만들어지기도 하는 세상

“00구에 과잉진료 안 하고 관리 꼼꼼히 해주는 치과 추천 부탁해요”
“00동에 과잉진료 안 하는 치과 있을까요”


지역 상권을 좌지우지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이른바 ‘맘카페’에 허위로 좋은 치과를 추천한 일당이 적발돼 파장이 일고 있다.

이들은 바이럴마케팅 업체를 통해 동네에 거주하는 주부인 척 맘카페에 질문을 올리거나 답하는 방식으로 맘카페에 가짜후기 26,000건을 올려 무려 70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이들에 광고를 의뢰한 치과만 해도 4,00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20~30대로 구성된 업체 대표 등은 2015년 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서울, 인천, 송도, 광명 등 전국 180개 지역 맘카페에 허위 광고를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올린 글은 치과 등 병원뿐만 아니라 어린이집, 유치원, 학원, 산후조리원 등 다양했다.

경찰은 실제 후기로 위장한 허위 광고글을 게시한 혐의(정보통신망 침해 및 거짓 의료광고 금지 위반)로 A업체 대표 등 30여명을 검거해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으며, 광고를 의뢰한 병원 중 13곳도 영업정지 처분을 받도록 조치했다.

맘카페 가짜글 ‘자연스럽게’
이들이 그동안 올린 게시물은 치과, 성형외과, 정형외과, 한의원 등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접근법은 더욱 자연스럽고, 치밀해졌다.

“송파구에 과잉진료 안하고, 관리 꼼꼼히 해주는 치과 추천 부탁드려요”라는 글이 업로드되면, “○○치과가 과잉진료 안 하고 좋더라”는 답글을 통해 특정 치과를 자연스럽게 노출한다. 또는 “친정엄마 이빨이 안 좋으셔서 신경이 쓰였는데 드디어 효도했다” 등 감성을 자극하는 광고형식도 활용했다.

이들은 개당 3,000~6,000원에 사들인 타인의 포털 계정으로 26,000여개의 광고글을 게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광고 의뢰 업체에 설문지를 보내 고객 정보, 경쟁업체, 홍보하고 싶은 내용, 원하는 홍보 형태 등에 대해 정보를 얻은 뒤 맞춤형 시나리오를 만드는 방식으로 맘카페에 글을 올렸다”고 전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A업체는 5억 원, B업체는 8억 원, 선발주자인 C업체는 무려 55억 원이 넘는 부당 수익을 올렸다. 내부에서는 이런 작업을 ‘맘카페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이고, 입소문이 빠르고 구매력 있는 학부모층, 주부층을 전문적으로 노렸다.

‘양심치과’ 누군가 의해 만들 수도
게다가 이들 업체에 ‘가짜 게시글’ 광고를 의뢰한 치과가 4000여 곳으로 알려져 개원가가 더욱 술렁이고 있다.

지역 맘카페를 비롯해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에 치과 게시물이 일방적으로 공유, 확산되는 데 따른 피해도 늘어나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맘카페’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씁쓸한 현실도 생생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A 개원의는 “맘카페 등에 어느날 갑자기 우리 치과와 관련한 악의적인 비방이나 허위글이 올라올 수도 있기 때문에 늘 신경 쓰이기도 하고, 마땅히 신경써야 하는 것도 현실”이라며 “자연스럽게 평가를 관리해주겠다는 마케팅 업체의 제안에 어떻게 혹하지 않겠냐”고 토로했다.

동네 터줏대감들을 타겟으로 한 효율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맘카페가 활용되며 신뢰도는 떨어지고 있지만, 이를 처벌할 규정은 사실상 마땅치 않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도 경찰 관계자는 “광고업체는 치과의원과 일반병원 외에도 학원, 유치원 등 다양했지만 이중 처벌조항이 있는 병·의원만 의료법 위반을 적용했다”며 “맘카페에 대한 업무방해 등 다양한 법률 검토를 했지만 가벌성이 약해 정도가 심한 13건에 대해서만 입건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허위 거짓광고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불법 온라인 광고 마케팅 행위를 지속적으로 단속해 사이버 공간에서 건전한 질서를 확립하겠다”며 “포털계정을 불법 거래한 일당도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치과 마케팅은 저수가 경쟁을 지나 ‘양심치과’ 프레임을 씌운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 모바일 산업 등의 발달로 마음만 먹으면 전국 어느 곳의 ‘양심치과’가 누군가에 의해 만들 수도, 만들어지기도 하는 세상이다.

그러나 책임감 없이 흘리는 허위 정보가 난무할수록 치과는 진료를 벗어난 애먼 경쟁에, 환자는 잘못된 치료로 피해를 보게 된다. 구강건강을 마케팅과 맞바꾸지 않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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