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호에 이어서 계속하면 그 치과는 급여 조건이나 복지 조건 등에 있어서 어느 한국 개원의가 보더라도 매력적인 조건이었다.
그러나 실제 그 병원의 매출은 한국 원장 두 명을 고용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반면 자본금은 넉넉한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지점 확장을 통해 새로 고용한 의사를 파견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의사와 운영자간에 마찰이 계속 발생했고, 진료를 통해 매출을 증대하는 부분에서도 적극성이 결여돼 해고했다고 한다. 필자는 양쪽을 모두 보면서 과연 어느 한쪽의 문제였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운영자측에서 도움을 청하고자 필자를 다시 찾아와 의사들 관리의 어려움을 피력했는데, 진료나 병원의 특수성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일반인의 흔한 실수들에 대한 부분도 느낄 수 있었다. 남은 한 명의 원장도 따로 개설을 준비한다는 소식이 들리는 것을 보면 참 실소를 금치 못할 상황들이었다.
아무튼 봉직의로 와서 진료를 할 때 겪을 수 있는 문제점은 역시나 고용안정성과 진료 독립성이다. 이 두 가지에 대해 잘 고려해보고 한국 보다 나은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본다면 그나마 봉직의로 오는 것이 현실적인 과정일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걱정은 우리 치과의사들이 한국에서 살면서 만났던 사람들에 비해서 해외에서 자영업이나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훨씬 더 까다롭고 독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치과의사들은 사실 꽤 말이 통하는 사람들과 만나왔거나, 혹은 본인에게 호의적인 사람들 위주로 관계를 형성하며 병원을 운영했을 것이다. 까다롭고 말이 안 통하는 환자들을 만나기는 하지만 이는 어차피 내가 소유한 내 병원에 온 한 명의 타인일 뿐이었다.
그러나 해외에서 계약관계상 업주와 직원관계로 만나는 사람들이 치과의사가 만족할 만한 좋은 조건을 제공한다고 했을 때, 봉직의인 치과의사에게 어떤 것을 요구할 것이며, 진료의 독립성이나 환자의 항의, 급기야 환불건 등에 대해 수지타산의 측면에서 어찌 나올지에 대한 세세한 고려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베트남 현지에서 손발이 잘 안 맞는 외국 직원들과 진료를 하며 저렴한 수가로 진료를 할 때, 어느 만큼의 매출을 뽑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고용안정을 어떻게 보장받을지에 대한 부분도 큰 문제다.
한 순간에 해고된다 하더라도 어찌 구제받을 길도 없고, 해외에서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는 것에 대한 걱정도 현실적으로는 꼭 해야 한다.
해외생활이란 그런 것 같다. 워낙 좁은 사회다 보니 서로의 불신이 바닥에 깔려있으며 속된 말로 한국이었다면 겸상하지 않고도 충분히 사는데 지장 없었을 인사들도 만나야 하고 말을 섞고 관계를 맺어야 한다. 필자는 한국에서 여러 일을 해보고 장사도 해보면서 무던해졌나 싶었는데도 가끔 기가 막힐 정도의 일들을 겪고 있으니 말이다.
아무튼 봉직의로 일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우선 일을 시작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일 수 있지만, 해외로 진출하고자 하는 독자들이 원하는 방식과 삶에 부합하는지는 개인의 선택에 달려있다.
또 봉직의로 일하면서 경험을 쌓고 그 이후 본인이 독립하겠다고 한다면 나쁘지 않은 방법이자만, 경험을 쌓는 과정에서 많은 적극성을 가지고 서둘지 말고 노력해 한다.
이처럼 봉직의로 단순 취직하는 경우를 종종 문의하는 경우가 있고, 필자에게 혹시 기회 있으면 본인을 고용해달라고 하는 분도 많으나 필자는 본인의 의지가 강건하지 않으면 어떤 형태로든 견디기 힘든 시장이라는 것을 제일 먼저 강조한다.
진료는 그냥 하면 되지 생각하겠지만 한국처럼 보조직원들이 능숙하지도 않고 말도 안통하며 통역을 쓴다 하더라도 치과 진료를 하는 상황에서 차근차근 통역을 통해 대화를 하기는 여간 쉽지 않다.
또한 통역을 써서 하는 대화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하는 대화와 전혀 다르기 때문에 그런 상황도 충분히 적응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는 직접 투자를 해 개설하는 필자와 같은 유형을 소개할 텐데, 그 전에 개괄적으로 봤을 때 조금 긍정적인 베트남 치과 환경과 경제적 특징들에 대해서도 소개토록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