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ORS 대표 오상환(건양대학교 치위생학과) 교수
[인터뷰] ORS 대표 오상환(건양대학교 치위생학과) 교수
  • 이현정 기자
  • 승인 2023.06.19 12:00
  • 호수 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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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눈앞, 올바른 구강기능재활 전파 힘쓸 것”
Oral Rehabilitation Society 대표 오상환(건양대학교 치위생학과) 교수가 구강기능재활 실습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Oral Rehabilitation Society 대표 오상환(건양대학교 치위생학과) 교수가 구강기능재활 실습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초고령사회에 건강 수명을 길게 하는 첫걸음은 구강건강에서 시작됩니다. 고령층에 나타나는 구강기능저하를 어떻게 재활하고, 대응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치과계에서 너무 중요한 과제가 될 수밖에 없어요. 우리도 제대로, 빠르게 시대를 준비하고 있어야 합니다”


오상환(건양대학교 치위생학과) 교수는 지난 2019년 1월 Oral Rehabilitation Society라는 교육회사를 설립하고, 입원환자 및 재가환자의 구강관리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힘쓰고 있다.

당시만 해도 ‘구강기능재활’이라는 말이 비교적 낯설게만 들리던 시절이지만 오 교수는 앞서 일본 히로시마대학 치과대학에서 경험해온 바를 국내에 전파하기 위해 Oral Rehabilitation Society라는 교육 거점을 만들었다.

2017년 노인치위생학 연구차 히로시마대학 치과대학으로 연수를 떠났던 오 교수는 일본에 머물면서 초고령사회에 대응해온 일본의 인프라와 경험을 직접 보고, 치과의사 및 치과위생사 등 치과전문가 집단이 고령층의 구강기능 재활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하는지 생생하게 배워온 인물이다.

요양병원과 입원실, 중환자실에서 두루 환자의 구강위생관리법을 살펴본 그는 치과위생사의 역할과 제도, 기구 등 현장에서 본 모든 것을 동료, 선‧후배 치과계 종사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졌다.

그렇게 설립된 Oral Rehabilitation Society는 경로당 출입을 하는 어르신 등 지역사회 주민을 대상으로 한 구강기능재활교육, 입원환자 및 재가환자를 위한 구강관리교육, 보험수가 및 제도 마련을 위한 교육 등을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

히로시마대학교 치과대학 루미 교수가 Oral Rehabilitation Society와 대한치과위생학회가 공동 개최한 학술집담회에서 개인 방호를 익힐 수 있는 실습을 지도하고 있다.
히로시마대학교 치과대학 루미 교수가 Oral Rehabilitation Society와 대한치과위생학회가 공동 개최한 학술집담회에서 개인 방호를 익힐 수 있는 실습을 지도하고 있다.

“이론 넘어 실제 케어 실습에 중점”
“일본에서는 일찍이 건강과 요개호 인정 상태(돌봄이 필요한 고령자)의 사이에 ‘Oral Frailty’(*구강노쇠,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한국형 구강노쇠 항목 개발을 위한 전문가합의가 진행된 바 있다) 단계가 있다는데 주목했어요. 이 시기는 건강과 요개호 사이의 중간 시기이면서, 적절한 치료가 병행되면 다시 기능을 되찾을 수 있는 ‘가역성’을 갖고 있고, 여러 측면에서 허약이 찾아오는 ‘다면적’인 특성이 있다고 정의했습니다”

‘Oral Frailty’는 치아 수, 구강위생, 구강기능 등 구강 상태가 변화하고, 구강건강에 대한 관심과 심신의 예비 능력이 떨어져 구강의 취약성이 증가하고, 기능 장애가 생겨 심신의 기능이 저하되는 일련의 현상과 과정을 말한다.

“일본에서는 △구강위생 불량 △구강건조 △교합력 저하 △입술‧혀 운동기능 저하 △혀의 합력 감소 △저작기능 저하 △연하기능 저하 등 7가지 증상을 바탕으로, 여기서 3개 이상의 징후나 증상의 기준을 충족할 경우, 구강기능 저하로 판단합니다. 과거에는 저작에 문제가 있다면 저작 치료를, 타액 분비에 문제가 있으면 타액 분비 관련 처방을 해 온 데 반해 ‘Oral Frailty’ 관점에서 저작, 연하, 발음, 미각, 감각, 타액 분비 등을 구강기능 저하의 하나로 보고 여러 각도로 치료하는 거죠”

이처럼 구강기능저하가 나타난 환자에게 치과의사 및 치과위생사가 어떻게 개입하고, 기능을 재활하는가를 일본에서 생생하게 배워온 오 교수는 이를 국내에 소개하기 위해 전국에서 수차례 연수회를 개최해왔다.

“몇십 년에 걸쳐 초고령사회에 대응한 제도를 연구하고 준비해온 일본의 경험을 참고해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불과 몇 년 남지 않은 현실이잖아요. 여전히 고령자의 치료가 상당 부분 이론적 측면에서 다뤄지고 있는 현실을 넘어 실습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에서 실제로 환자들에게 활용할 수 있도록이요”

휠체어를 탄 입원환자의 구강위생 관리를 위해 자세를 잡는 방법부터 다루고 있는 연수회 현장. 실제로 최근 개원가에도 휠체어를 탄 노인 환자가 늘고 있어 유익한 실습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휠체어를 탄 입원환자의 구강위생 관리를 위해 자세를 잡는 방법부터 다루고 있는 연수회 현장. 실제로 최근 개원가에도 휠체어를 탄 노인 환자가 늘고 있어 유익한 실습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에 따라 오 교수는 실습 위주의 프로그램으로 연수회를 진행한다. 베이직 코스와 어드밴스드 코스로 나뉘어 수준별로 차근차근 내용을 익힐 수 있다.

어르신의 섭식에 도움이 되는 음식들을 직접 먹어보기도 하고, 휠체어 체험을 하면서 고령자 및 장애인들의 불편함을 이해할 수 있는 기본 훈련에서부터 일본의 보험제도 및 치과위생사의 역할을 비롯해 스폰지 브러시 등 다양한 구강관리용품의 활용 실습 등 입원 및 재가환자를 위해 치과위생사가 시행할 수 있는 구강기능 재활 관리법을 꼼꼼하게 전하는 프로그램이 호평을 얻고 있다.

이런 입소문을 타며, 초기에는 치위생(학)과 교육자가 대부분이던 수강생이 최근에는 전국 치과대학병원과 재가보호센터 등 일선 현장에서 근무하는 치과위생사들로 가득 채워지고 있는 추세다.

Oral Rehabilitation Society 창립 후 2019년 처음 열린 연수회 당시 참가자 단체사진.
Oral Rehabilitation Society 창립 후 2019년 처음 열린 연수회 당시 참가자 단체사진.

오 교수는 입원환자를 관리해야 하는 종합병원급 이상의 상급병원 종사자들에게 이 같은 연수 프로그램이 노인 구강위생관리 역량을 높이고, 현장에서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유익한 지식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점차 노인과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정이 많아지고 있는 건 치과계에서 매우 의미있는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마련되는 교육과정마다 이름도 다르고, 시간표도 모두 달라요. 이제는 하나의 뚜렷한 목표가 눈앞에 있는 만큼, 구강기능재활 교육과정을 표준화하는 것이 과제일 것 같습니다”
 

“제도 마련 위해 치과계 모두 합심해야”
그러나 이같은 교육이 더욱 안정적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현실과 가장 다른 것도 바로 ‘제도’이다.

“배운 대로 임상에서 적용할 수는 있지만, 산업 인프라는 넓지 않고, 구강기능재활을 확산할 만한 제도가 없는 것이 지금 일본과 가장 큰 차이점이죠. 지금까진 치과진료를 받기 위해 환자가 치과를 찾아왔다면, 이제는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가 환자를 찾아갈 수 있는 제도와 보험수가, 치과인력이 마련돼야 합니다. 또 의과와 연계해서 환자의 자립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병행하기도 해야 할 것이고요”

실제로 산업계의 경우, 국내에도 일부 구강기능진단 기구가 있긴 하지만 여전히 증상의 일부 항목을 진단하는 데 그치거나 하는 경우여서 종합적인 판단이 어렵다. 어느 하나만으로 구강재활을 할 수 있다는 접근은 자칫 위험할 수도 있다.

산업계의 적극적인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도, 치과의료계의 발전을 위해서도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수적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제도 마련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치과계의 한목소리가 중요할 것이라고 봅니다. 현장에서의 교육 자체도 제도의 안정적인 구축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거고요. 그렇다면 공동의 인식이 형성되면서 교육과정의 표준화라는 과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되리가고 봅니다”
 

7월말 일본 현지 참관수업 … 하반기 정규 연수회 개최

최근 4회차에 걸친 베이직 코스와 어드밴스드 코스를 마친 오 교수는 7월 말, 4회 연수를 모두 수강한 이들과 함께 일본 현지를 방문하는 참관수업을 진행한다.

참가자들은 히로시마치과대학병원, 요양원, 1차 의료기관 등을 방문해 앞서 제도와 인프라를 구축한 일본의 현장을 직접 살펴볼 예정이다.

“앞서 인구변화에 대응해 준비해온 일본 현장을 경험하면서 우리만의 전문성을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해요. 일선 현장에서 사용하는 진단기구의 종류와 필요성, 환자 유형에 따른 재활의 방법과 순서, 의과와의 협력, 치과만의 매뉴얼, 제도 등을 공유하면서 치과인력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우리의 사명을 다해갈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Oral Rehabilitation Society는 하반기에 또 다시 정규 연수회를 마련한다. 입원환자 및 재가환자의 구강기능 재활 방법을 탄탄하게 배우고 싶다면, 앞으로 연수회 개최 일정을 주목하길 추천한다. 초고령사회의 요구에 적극 화답하고, 준비하는 치과계가, 그리고 치과위생사가 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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