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관기] 초고령사회 노인구강관리 현장을 가다 - 일본 기관별 ② 히로시마대학교 치과병원
[참관기] 초고령사회 노인구강관리 현장을 가다 - 일본 기관별 ② 히로시마대학교 치과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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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10.0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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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호남대학교 치위생학과 정경이 교수
글/ 호남대학교 치위생학과 정경이 교수

입원 및 재가환자의 구강관리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교육기관 Oral Rehabilitation Society(대표 오상환)가 지난 8월 1일부터 3일까지 3일 간 일본 현지의 치과대학병원과 치과의원, 시설 등을 방문하는 연수회를 진행했다. 본지는 우리나라보다 앞서 초고령사회를 맞이한 일본에서의 노인 구강건강 관리 현황을 살펴보고, 우리나라 초고령사회 대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이번 연수회에 참여한 정경이 교수의 참관기를 연재한다<편집자주>

■ 히로시마대학교 치과병원_병원 투어
환자의 만족도는 병원의 공간, 시설, 장비와 같은 하드웨어적인 요소와 인간의 서비스와 치료와 같은 소프트웨어적인 요소가 조화를 이루었을 때 높아진다.
이 원고에서는 히로시마대학교 치과병원의 하드웨어적인 요소와 소프트웨어적인 요소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하드웨어적인 요소
히로시마대학교 병원은 보통의 병원과 같이 환자가 다니는 통로 이외에 치과구성원만 다닐 수 있는 통로가 따로 있어 입원실이나 외래환자 진료실로 갈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통로를 보면서 입원실의 구강관리를 일반 환자 치료와 동일시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제공=Oral Rehabilitation Society

치과병원 내 진료실 문은 손으로 손잡이를 잡아 앞뒤로 여는 문은 없고 모두 옆으로 열리는 자동문으로 돼 있다. 이 때문에 감염의 위험을 줄일 수 있고 휠체어를 탄 환자도 출입이 수월해 보였다. 또한 진료실 내부가 전혀 보이지 않게 제작돼 환자의 개인정보 보호에 신경 쓴 설계라는 것이 느껴졌다.

병원 내 화장실에 가면 세면대 손잡이를 만지지 않아도 센서로 인해 자동으로 물이 나오고, 손 세정제 거품과 건조대도 손만 대면 작동한다. 우리나라도 이런 시스템이 있지만 소음이 더 작고, 손으로 만지는 동작을 하지 않아 감염관리에 좋아보였다.

우리나라의 병원이 대개 각 진료과마다 치주과, 보존과, 교정과 등 진료과 명칭을 부착해 두는데, 일본은 진료과 명칭을 써두지 않고 알파벳으로 진료과를 분류하고 있었다.

환자에게 병원 통로 바닥부터 진료실까지 색깔 라인과 화살표를 표시해 진료과를 안내하는데 글을 잘 읽을 수 없는 사람이나 장애가 있는 분도 병원 이용에 불편함이 없을 듯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병원은 환자만이 여기가 어딘지 알 수 있도록 하고, 다른 사람은 무슨 치료를 받는 진료실인지 모르게 암호화해 환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한다.
 

사진제공=Oral Rehabilitation Society
사진제공=Oral Rehabilitation Society
사진제공=Oral Rehabilitation Society
사진제공=Oral Rehabilitation Society

우리나라는 일반적으로 환자가 내원한 후 진료과 앞 대기실에서 모니터로 환자 대기 순서를 확인할 수 있다. 대개 이름 중 한 글자만 가려서 환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있지만, 진료순서가 돼서는 해당 환자의 이름 세 글자를 크게 호명한다. 그러나 일본은 진료과 앞에 대기실이 없고, 환자들이 모여 대기하는 모습도 볼 수가 없다.

진료실 밖 통로에는 공동 기구 세척실이 있다.

진료실 내부 모든 유니트체어에는 공기 중에 물과 타액, 혈액 등의 부유물들로 인한 교차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특수장치로 구강 외 흡입기가 설치돼 있는데 감염관리도 철저하게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진제공=Oral Rehabilitation Society
사진제공=Oral Rehabilitation Society

우리나라에도 구강보건교육실이 있어서 환자들에게 칫솔질 교육을 하는데, 대부분 진료과 내부에 있다. 그러나 이 병원은 진료실 밖에 따로 구강보건교육실을 둬 환자가 혼자서 칫솔질법을 배운 대로 해보고 갈 수 있다. 예전에는 이곳에 구강위생용품을 살 수 있는 자판기를 뒀지만 나이가 많은 고령자들이 기계로 사는 것을 힘들어함에 따라 이를 없애고, 근처에 구강위생용품 매장을 두어 환자들이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쇼그렌증후군 환자나 금속에 알러지가 있는 환자를 진료하는 진료실이 따로 있으며, 설암 수술 후 다시 말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도록 언어치료실을 운영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띄었다.
 

소프트웨어적인 요소

히로시마대학병원은 신환이 오면 1층 원무과에서 접수하고 진료카드를 받는다.
또한 재진의 경우, Reception Machine에 진료카드를 넣으면 환자 이름과 진료과가 적힌 종이가 출력되고, 카페에 가면 주는 진동벨이 환자마다 하나씩 기계에서 나온다.

출력된 종이는 기계 옆 바구니 안에 있는 클리어 파일에 넣어 다니면 된다. 진동벨은 진료 대기 순서도 확인할 수 있고, 진료실 위치나 색깔 등이 안내돼 환자가 진료과 앞에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일을 하다가 진동벨이 울리면 진료실 안으로 들어가면 된다.

사진제공=Oral Rehabilitation Society
사진제공=Oral Rehabilitation Society

우리나라는 진료실로 환자가 들어가서도 해당 진료실을 안내해주는 직원이 필요한데 이곳은 안내하는 직원이 없고, 진동벨에 적힌 위치를 보고 환자가 찾아간다.

연수팀은 투어 중 병원이 정말 조용한 것 같다는 말을 많이 했다.
환자 이름을 부르지도 않고 진료과 명칭도 써 있지 않은 데도 서로 소통이 잘되는 것이 매우 신기했다. 연수팀이 너무 놀라는 모습을 본 루미 교수는 한국은 환자의 이름을 부르냐고 물어왔다. 한국은 병원에서 이름을 호명한다는 말을 들은 루미 교수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환자의 프라이버시가 매우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정말 철저하게 환자의 개인정보가 보호되는 시스템을 보고 우리나라 병원은 환자 이름도 호명하지만, 대기실 환자 앞에서 데스크 직원이 어디가 아파서 내원했는지 등도 묻기도 하니 일본과 차이가 느껴진다. 앞으로 우리나라 병원에서도 환자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흔히 병원에서 접수나 진료비 계산, 처방전 발행 등으로 가장 혼잡한 곳이 원무과이다.
그런데 이곳은 치료비를 계산할 때도 원무과가 아닌 기계에서 결제한다. 실제로 보니 원무과 직원이 많지 않다. 우리나라도 진료비 계산 등을 발행할 수 있는 기계가 있지만 고령자 등이 혼자 사용하기에 아직 어려운 것 같은데, 이곳은 사용이 단순하고, 간편한 기계로 바뀌고 있어서 모든 환자가 사용하는 데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또한 약도 처방전을 받아 병원 근처 약국으로 가서 사는 것이 아니라, 원무과에 있는 기계에 처방전만 넣고 가면 집 근처 약국에 처방전이 도착해 환자가 기다릴 필요가 없이 약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병원 근처에서 약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지만 일본은 처방 약이 어디에나 구비돼 있어 환자들의 병원 이용에 편리함이 느껴졌다.
 

사진제공=Oral Rehabilitation Society
사진제공=Oral Rehabilitation 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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